스크리닝이란 무엇인가?
1화에서 팩터 투자의 3대 축인 가치, 퀄리티, 모멘텀을 다뤘다. 이번 2화에서는 이 개념을 실제 종목 선정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다룬다. 그 핵심 도구가 바로 스크리닝(Screening)이다. 스크리닝은 수백, 수천 개의 종목 중에서 내가 정한 기준에 맞는 종목만 걸러내는 작업이다. 마치 체를 이용해 모래에서 금을 거르는 것과 같다. 기준이 촘촘할수록 더 정교한 종목이 남는다.
퀀트 투자는 과거 주식 시장을 분석해 좋은 주식 기준을 찾아낸 후 해당 기준에 만족하는 종목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다수의 종목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구성해 운용하는 특징이 있다. 스크리닝에는 두 종류의 지표가 쓰인다. 재무 지표와 시장 지표다. 이 둘을 조합하는 것이 이번 화의 핵심이다.
☞ 본 글은 투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데이터 기반 종목 선정법
1화. 팩터 투자란 무엇인가
2화. 재무·시장 지표 조합 설계← 현재글
3화. 밸류와 성장 균형: 통합 점수 모델(예정)
4화. 백테스트: 과거 데이터로 전략 검증(예정)
5화. 리밸런싱 전략: 분기별 포트폴리오 회전(예정)
6화. 코스피·코스닥 종목군 팩터 포트폴리오(예정)
재무 지표: 기업의 내부 상태를 읽는다
재무 지표는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뽑아내는 숫자다. 매출, 이익, 부채, 자산 등을 기반으로 한다. 기업의 체력을 확인하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쉽다.
① PER - 이 주식이 비싼가, 싼가?
PER(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다. PER이 10일 때 지금 속도로 이익을 내면 10년 뒤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PER이 낮을수록 이익 대비 주가가 저렴하다는 의미다. 이때, 비교는 같은 업종 내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도체 기업의 PER 20과 은행의 PER 20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스크리닝 활용법: 업종 평균 PER보다 낮은 종목을 1차 필터로 쓴다.
② PBR - 자산 대비 주가는 적절한가?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장부가치)으로 나눈 값이다. 이론적으로 PBR이 1 미만이면 회사를 지금 당장 청산해도 주식 매수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받는다는 의미다.
코스피 기준 PBR 1 이하인 종목이 500개가 넘는다. 저 PBR이라고 해서 무조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PBR 단독으로 쓰면 안 되고 다른 지표와 함께 써야 한다.
스크리닝 활용법: PBR 1 이하 또는 업종 하위 30% 종목을 선별한다.
③ ROE -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가?
ROE(자기 자본이익률)는 기업이 주주 자본으로 얼마의 이익을 냈는지 보여준다. ROE가 15%라면 100원의 자본으로 15원의 이익을 냈다는 뜻이다. 높을수록 자본 활용 효율이 좋은 기업이다.
한국거래소가 2024년 9월 24일에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살펴봐도 ROE가 핵심 기준으로 활용됨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익성(최근 2년간 적자 없는 기업), 주주 환원, 시장 평가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 중 ROE가 높은 100개 기업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스크리닝 활용법: ROE 10% 이상, 또는 3년 연속 ROE가 하락하지 않은 기업을 선별한다.
④ 부채비율 - 재무 안전성 확인
부채비율은 총부채를 자기 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높을수록 빚이 많다는 의미. 일반적으로 제조업 기준 100% 이하를 안정적으로 본다. 단, 금융업은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기 때문에 업종별로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스크리닝 활용법: 부채비율 150% 이하 조건으로 재무 위험 종목을 걸러낸다.
⑤ 영업이익률 - 본업에서 돈을 버는가?
영업이익률은 매출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이다. 본업의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기업은 사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스크리닝 활용법: 영업이익률이 최근 2~3년간 플러스를 유지하거나 개선되는 종목을 선택한다.
시장 지표: 시장의 반응을 읽는다
시장 지표는 재무제표가 아닌 주식 시장에서 나오는 데이터다. 주가, 거래량, 수익률 등이 해당된다. 기업의 외부 평가를 확인하는 도구다.
① 모멘텀 수익률 - 최근 흐름이 좋은가?
가장 많이 쓰이는 모멘텀 지표는 12개월 수익률(최근 1개월 제외)이다. 이를 '12-1 모멘텀'이라 부른다. 최근 1개월을 제외하는 이유는 단기 반전 효과 때문이다. 막 급등한 종목은 오히려 단기 조정이 올 수 있다.
스크리닝 활용법: 과거 12개월(최근 1개월 제외) 수익률 기준 상위 30% 종목을 선별한다.
② 거래량 - 시장의 관심이 있는가?
거래량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주식이 거래됐는지를 나타낸다. 주가가 오를 때 거래량도 함께 늘면 신뢰도가 높다. 거래량이 너무 적은 종목은 내가 팔고 싶을 때 팔기 어렵다. 이를 유동성 리스크라고 한다.
스크리닝 활용법: 일평균 거래대금 5억 원 이상 조건으로 유동성이 낮은 종목을 걸러낸다.
③ 52주 신고가 비율 - 상승 추세에 있는가?
현재 주가가 52주 최고가 대비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나타낸다. 신고가에 가까울수록 강한 모멘텀 신호다.
스크리닝 활용법: 현재 주가가 52주 고가의 80% 이상인 종목을 모멘텀 양호로 판단한다.
스크리닝 룰, 어떻게 조합할까?
지표를 하나만 쓰면 함정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여러 지표를 조합해야 한다. 기업의 재무 상태를 수치화하여 저평가된 종목을 찾는 팩터 기반 전략은 다양한 접근법 중 하나다. 실전에서는 재무 지표와 시장 지표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합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방식 1: 순차 필터링 (AND 조건)
조건을 단계적으로 좁혀가는 방식이다. 모든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예시
● 1단계: PER 업종 평균 이하
● 2단계: ROE 10% 이상
● 3단계: 부채비율 150% 이하
● 4단계: 12개월 모멘텀 수익률 상위 30%
● 5단계: 일평균 거래대금 5억 원 이상
이 방식의 장점은 기준이 분명하고 감정이 개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점은 조건이 많아질수록 조건에 맞는 종목이 줄어든다.
방식 2: 점수 합산 (Score 방식)
각 지표에 점수를 매긴 뒤 합산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조건이 부족해도 다른 조건이 좋으면 보완될 수 있다.
예시
● PER 점수: 업종 내 하위 20%면 5점, 하위 50%면 3점, 나머지 1점
● ROE 점수: 15% 이상이면 5점, 10~15%면 3점, 10% 미만이면 1점
● 모멘텀 점수: 12개월 수익률 상위 20%면 5점, 상위 50%면 3점, 나머지 1점
이렇게 지표별 점수를 합산해 총점이 높은 상위 종목을 선별한다. 이를 통합 점수 모델이라고 한다. 3화에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코스피 종목 스크리닝 적용
실제로 코스피 전체 종목(약 800개)에 위의 조건을 적용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순차 필터링 방식으로 5단계를 적용하면 보통 30~60개 종목이 남는다. 이 중에서 업종 분산을 고려해 최종 10~20개 종목을 추린다.
2024년 하반기 상황을 이 조건을 적용했을 때 금융주와 에너지 관련 종목이 다수 포함됐다. 국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저 PBR·고 ROE 금융주가 스크리닝 조건에 자주 걸렸기 때문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종목 선별 기준으로 충분한 자본비율, 경영진 의지, ROE 제고 가능 여부, 낮은 PBR이 핵심 기준으로 제시됐다. 이처럼 정부 정책과 스크리닝 조건이 맞닿는 구간에서는 수급 효과까지 더해질 수 있다.
스크리닝 룰을 만들 때 주의할 점
① 업종별로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은행주는 부채비율이 수백 퍼센트가 넘는 것이 정상이다. 제조업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금융주가 모두 탈락한다. 업종 내 상대 비교가 필수다.
② 지표는 최신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재무 지표는 분기마다 업데이트된다. 1년 전 데이터를 쓰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최소 최근 분기 실적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
③ 조건이 너무 많으면 종목이 남지 않는다
지표 조건을 10개 이상 걸면 살아남는 종목이 없거나 편향된 업종만 남는다. 핵심 지표 5~7개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④ 스크리닝은 시작일 뿐이다
스크리닝을 통과한 종목이 무조건 좋은 종목은 아니다. 스크리닝은 후보군을 좁히는 과정이다. 이후 개별 기업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퀀트 전략을 통해 선택된 종목들이 나열되더라도 이는 해당 종목에 대한 매수 추천이 아니다. 투자자가 직접 분석하고 검토해야 한다.
무료로 스크리닝 할 수 있는 도구들
처음부터 복잡한 툴이 필요한 건 아니다.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료 도구들이 있다.
● 네이버 증권 종목 검색: PER, PBR, ROE 기준 필터 기능 제공
● 증권사 HTS/MTS: 키움, 미래에셋 등 주요 증권사의 종목 조건 검색 기능
● 한국거래소(KRX) 데이터: PER, PBR, 배당수익률 등 전 종목 데이터 무료 제공
● FnGuide: 재무 지표 기반 스크리닝 기능 제공
이런 도구를 이용하면 코딩 없이도 기본 스크리닝이 가능하다.
스크리닝 룰의 구조
이번 2화의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재무 지표 (기업 내부 상태): PER, PBR, ROE, 부채비율, 영업이익률
● 시장 지표 (외부 시장 반응): 모멘텀 수익률, 거래량, 52주 신고가 비율
● 조합 방법: 순차 필터링(AND 조건) 또는 점수 합산(Score 방식)
● 주의사항: 업종별 기준 적용, 최신 데이터 사용, 핵심 지표 5~7개 유지
재무 지표가 기업의 건강 상태라면 시장 지표는 시장의 평가 온도다. 이 둘을 조합하면 양쪽에서 검증된 종목을 찾을 수 있다.
다음 3화에서는 이 지표들을 어떻게 점수화해서 통합 모델로 만드는지 다룬다. 단순 PER 대신 '밸류와 성장의 균형 점수'를 계산하는 방법이 주제다.
☞ 본 글은 투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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